재작년 여름, 옆반 학생이 교무실로 찾아와 담임 선생님께 조퇴를 요구했다.
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. 반복되는 요구에 옆자리 담임 선생님도 더는 물러서기 어려운 얼굴이었다.
그날 가장 걱정됐던 건 ‘조퇴’가 아니라, 학생의 감정이 급격히 올라올 때 나타나는 위험 신호였다. 말이 막히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아이들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.
나는 체육수업과 방과후 특수체육을 하며 그 학생과 어느 정도 라포가 있었지만, 막상 위기 순간에 '어떻게 개입해야 안전할까?'에 대한 답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.
잠깐의 정적.
나는 옆자리 담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한 뒤, 그 학생에게 말했다.
“지금은 여기서 얘기하려고 하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. 우리 5분만 바깥 공기 쐬고 오자.”
학교 울타리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. 눈에 들어온 건 나무와 수풀.
나는 속도를 낮추고, 손에 닿는 잎 한 장을 같이 만져 보게 했다.
“향이 어떤 것 같아? 지금은 복잡한 말보다, 숨을 길게 쉬는 게 먼저야. 나도 같이 할게.”
몇 분이 지나자 학생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왔다. 우리는 다시 교무실로 돌아왔고,
나는 ‘적어도 점심까지는 학교에 남아보기’로 약속을 잡았다. 완벽한 해결은 아니었다.
점심시간이 되자 곧바로 또 조퇴를 요구했다.
그래도 그날은, 위험한 신호가 더 커지기 전에 멈춰 설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.
그리고 시간이 흘러 졸업식 날, 그 학생이 꽃과 편지를 들고 나를 찾아왔다. 편지의 문장은 길지 않았다.
거창한 상담이 아니라 “안전하게 숨을 고르게 해주는 몇 분”이 학생을 다시 교실로 돌아오게 하는 다리를 놔주고 안전한 관계를 맺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에피소드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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